귓가를 울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뜬 허탁은 마루바닥에 청강
검이 꽂혀 부르르 떠는 걸 볼 수 있었다.
"벌레 같은 놈! 네게는 이 청강검을 쓰는 것마저도 아깝구나!"
냉랭한 목소리에 허탁은 다시금 눈을 찔끔 감았는데잠시 후 '쾅'
하며 문 닫는 소리가 들렸다.
실눈을 뜨고 이리저리 살펴보니 방안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.
"휴우우우……."
허탁은 그제야 안도의 긴 한숨을 내쉬며얼굴을 뒤덮은 눈물, 콧
물을 닦아냈다. 그리고 스스로를 위로하듯 한마디를 내뱉었다.
"아무리 벌레같이 살아도 죽는 것보다야 백 번 낫지. 암!"
목숨을 부지했다는 생각에 기운을 차린 허탁은 손으로창틀을 붙
잡고 당겼다 밀었다 하며 몸을 빼내기 시작했다.
산채의 퇴로를 막아선 맹길은 담일기는물론이려니와 문인검보다
도 항렬이 낮았지만, 이십대 중반의 나이로 이미 적지 않은 강호 경
험을 쌓은 터였다.
그래서 산채 뒤로 돌아왔을 때도 전혀 긴장하지 않고 근처 바위에
걸터앉아 유유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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