'애송이 하나에도 미적거리는 판에 또 한놈이 손을 보탠다면 웅
가는 오늘 목숨 부지하기도 힘들겠구나!'
웅삼곤이 비록 천생의 신력을 지녔다지만 태산파 고수둘을 동시
에 상대하기는 어림 반푼 어치도 없는 일이라는 걸허탁은 잘 알고
있었다.
애당초 태산파 사람들이 산채를 찾아온 순간부터 일은이미 틀어
진 것이라고 봐야 옳았다.
'이렇게 되면 삼십육계(三十六計) 줄행랑으로 일단몸을 보전하는
것이…….'
만에 하나라도 웅삼곤이 태산파를 잘 막아준다면 나중에 얼마든지
둘러댈 수 있다. 하지만여기서 어영부영하다가 저들에게 붙잡히는
날에는 빼도 박도 못하고 목이 달아날 게 분명했다.
이렇듯 허탁이 자신이 알고 있는 유일한 구명절초(求命絶招) '줄행
랑'을 펼치기로 마음을 굳혔을 때 갑자기 이층 계단 위로 머리 하나
가 쏙 올라왔다.
부스스한 까치머리.
흑묘아였다.
흑묘아는 눈만 내밀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마치 고양이처럼 살
금살금 네 발로 기어 계단 맞은 편 방으로 들어갔다.
'저것이 감히 튈 생각을!'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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